새로 만드는 것보다, 망가진 것을 다시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의료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커질 때 남발됬던 경영지원조직(MSO) 의 개념도 그 중 한가지다. 그럴싸한 명분 뒤에 빈약한 전문성과 거품같은 기대감으로 부풀어 가던 이런 저런 네트워크 병원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위용 넘치던 확장세와 달리 이를 유지해야할 경영적 기반은 취약했다. 이익이 줄어들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반목으로 바뀌고, 반목은 불신으로 바껴 순식간에 네트워크에 소속된 병원들 간의 균열을 가져왔다. 그리고 네트워크가 결성되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해체되어갔다. 이렇게 네트워크의 흥망성쇠의 전면에 있던 경영지원조직은 와해되어가는 네트워크에 변변한 역할을 못하고 나중에는 비의료인이 자본을 댄 영리 추구 목적의 사무장 병원을 호칭하는 말로 전락하기까지 되었다. 

그러나 구현이 잘못되었다고 그 취지가 무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요즘같이 더이상 병원 경영이 구석까지 몰린 상황에서는 어찌보면 경영지원조직의 취지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의사는 의료에 집중하고, 병원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효율적이고 공유가능 병원운영을 지원하는 것이 이제는 그리 막연한 일은 아니다.

그간 부분 부분 만들어왔던 조각들을 하나씩 이어가면 전체 그림이 나올지 스스로도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