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능력보다 리소스 초기 병원장은 자신감이 많은 편이다. 의사로서 자신감은 병원 경영 초기에도 드러난다. 신중하기는 하지만 예산도 넉넉히 쓰고, 뭔가를 결정할 때도 빠르다. 그래서 속도감 있고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진행되는 일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서 이런 분위기는 조금씩 바뀐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신중해진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찾는데도 신경을 많이 쓴다. 병원 운영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가 반복되면서 자신감도 줄고 결정속도도 느려져 처리할 일이 쌓여간다. 확실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해서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확인하기도 하고 시간이 나면 문제의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챙기기도 한다. 갈수록 병원 운영에 써야 하는 시간은 늘어나지만, 보람은 줄어든다.
개원한 의사에게서 이런 풍경은 흔하다. 의사로서 전문역량이 높고 책임지는 역할이 익숙하다. 개원 후 경영이나 관리와 같은 일도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무난히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관리업무는 의료업무와 다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결과가 눈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마침표를 찍는 일보다는 쉼표를 찍어야 할 때가 더 많다. 관리업무의 이런 특성은 병원장으로 하여금 계속 신경 쓰게 하고 산만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규모를 작게 시작하는 병원은 이러한 유지관리 업무를 맡길 인력을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일들은 병원장에게 몰릴 수밖에 없다.
유지관리업무가 갈 길 바쁜 병원장 발목을 잡는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병원장을 산만하게 하고 진료에 지쳤어도 쉬지 못하게 해 번아웃에 빠질 위험을 높인다. 그렇다고 이런 관리업무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관리 업무는 미뤄두면 해결에 더욱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고 단순한 개원을 꿈꾸는 개원의라면 오히려 이런 일을 줄이고 병원 운영을 더욱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반대로 병원의 성장을 꿈꾸는 병원장이라면 적극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 여력이 된다면 개원 초기부터 전담 인력을 내부에 두는 것이 좋다. 이런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병원장이 앞으로 써야 할 에너지와 스트레스에 비하면 비용이 아닌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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