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남겨야 산다
병원 경영에 이익을 내기 위한 질문들
“남겨야 산다”는 아메바 경영으로 유명한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이름이다. 다소 자극적이지만 회사는 이익을 내야 살아남는다는 단순하고 힘있게 표현했다. 이 책에서는 회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 당신이 몸담은 조직은 수익을 내고 있는가?
- 이익을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 당신의 회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 나아가 당신은 왜 사업을 하는가?
어려워져만 가는 병원 경영 현실
비단, 회사가 아닌 병원 경영을 고민하는 병원장들도 한 번쯤 질문해볼 필요가 있는 내용들이다. 물론 지금까지 경영이라는 개념을 신경 쓰지 않아도 성공한 의사는 많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예전과 같지 않은 의료시장 환경에서 개원의가 성공하는 병원을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치열해지는 병원 간 경쟁, 늘어만 가는 여러 가지 비용, 쉬지 않고 터지는 직원 문제 그리고 갈수록 눈높이가 올라가는 환자이자 고객. 단순히 의료만 집중해서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 되어간다.
이 시점에 성공을 고민하는 개원의라면 병원 경영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떠올려보게 된다. 성장하기 위해 병원 경영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병원을 성장시키는 몇 안 되는 수단이 바로 병원 경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의 핵심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처럼 “남겨야 산다”라는 말이다. 즉 어떻게 이익을 내는 병원을 만드는지 꾸준히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경영이라 하겠다.
병원 경영 개념 4 가지 – 이익 / 매출 / 비용 /시간
하지만 병원에 경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사업이 고도화 되면서 경영의 개념은 장황하고 복잡해졌다. 어떤 경우는 너무 사변적으로 흘러 철학이나 마인드 같은 추상적인 부분만으로 설명된다. 종일 의료에 분주한 개원의에게 너무 장황한 이론이나 모호한 경영은 오히려 도움이 안된다. 병원의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도 적용되고 실천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쉬운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런 취지로 본 칼럼을 작성할 때 인지도 높고 불경기에서도 효과를 발휘한 아메바경영의 이익 / 매출 / 비용 / 시간의 4 가지 개념을 차용했다. 이 4 가지 개념을 가지고 개원의가 알아두면 좋을 병원 경영에 관련된 가지 화두를 풀어보고자 한다.
매출
병원 매출을 늘리기 위한 3가지 방법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다. (또 그만큼 흔한 단어기도 하다) 매출이 없이는 경영이 없다. 그러나 병원 매출 증가는 일반 기업과 좀 다르다. 비급여가 있다고 할지라도 매출 증대에 대한 방법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혁신적인 매출 증대의 방법은 나오기가 힘들다.
병원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다.
- 병원 규모의 확장
- 공격적인 마케팅
- 의사 수의 증가
병원의 규모가 크고 최신 장비가 확보되면 당연히 경쟁우위에 있게 된다. 최근에는 환자들 또한 병원 간 비교가 쉬워져서 이러한 효과는 눈에 띄게 명확하다. 그리고 의료진의 수와 매출간의 상관관계는 뚜렷하다.
좋은 의료진을 확보하고 수를 늘리면 매출은 늘어난다. 이런 매출의 증가 방법은 동원할수 있는 자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로 개원초기에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대부분 그 병원이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개원 초기의 규모에 따라 정해지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병원 마케팅도 초기 신환 유입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정 수의 신환이 생기고 난 뒤에는 홍보의 효과가 떨어지고 비용 부담이 커진다. 병원 매출은 병원 개원 후부터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고 계속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가 적어진다.
개원 후 병원이 안정된 시점에서 병원을 더 키워보고 싶다면 재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의료진의 영입을 위해 대외적인 활동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규모를 키워 매출이 커져도 비용은 더 커지기 때문에 일정 기간 버틸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금 확보와 운용을 위한 회계 담당자와 신환을 늘리기 위한 홍보 인력 확보도 권장된다.
비용
병원 비용 절감은 개원 초부터 전사적으로
매출이 크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면 이익이 없다. 병원 비용은 쉽게 늘어나지만 줄이기 힘든 부분이라 개원 초기부터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많은 개원의가 개원 초기에는 비용을 쓰는데 관대하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서야 비용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병원의 비용관리는 좀 극단적인 면이 있다.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가 문제를 발견하고 난 뒤에는 무리하게 비용 절감을 하려고 한다. 병원의 비용 절감은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개원 초부터 비용지출에 대한 절차와 관리감독을 하고 병원의 문화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씀씀이에 인색한 것과 지출을 체계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비용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주로 아래와 같다.
- 건물 임대료
- 직원 월급
- 의료 장비/소모품 비용
위 세 가지가 대부분의 병원의 가장 큰 비용항목이지만 이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직원 급여는 임대료나 의료소모품에 비해 줄일 여지가 더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크다. 쉽게 손대기 어려운 영역이다. (차라리 인건비는 비용이자 투자라는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비용을 줄이는 노력은 처음에는 눈에 띄게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는 줄어든다. 이 시점부터는 병원장이 주도하는 비용절감이 아니라 직원 주도 비용 절감 활동이 그나마 효과를 본다. 비용 절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병원 관리자급과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세무조사나 금전 사고와 같은 큰 비용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세무사나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비용관리체계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병원의 비용관리나 절세를 전문으로 하는 세무사나 회계사가 많지 않으니 잘 알아보는 것이 좋다.)
시간
시간을 측정해 병원의 효율을 높인다.
병원에서 경영 개념으로 시간을 다루는 것은 중요하다. 시간은 병원의 생산성이나 효율적인 면에서 많은 통찰과 아이디어를 준다. 그리고 시간은 매출과 비용과 연결된 개념이기도 하다. 그래서 병원 경영에서 시간을 통해 매출과 비용보다 개선의 여지가 더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매출과 비용을 더 손댈 수 없는 병원이라도 시간이라는 측면에서는 시도해볼 다양한 개선점들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까다로운 영역이기도 하고 조직력과 병원장의 진두지휘가 없이는 효과가 나오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병원 경영 개념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있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병원에서 시간에 관련된 효율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항목을 준비해야 한다.
- 측정 대상 선정
- 데이터 입력 환경
- 의사결정 시스템(통계)
또한 시간의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측정이 필요하다. 우선 원내의 무수한 측정 대상 중 효율화 시켰을때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보통 진료실별 환자수(진료시간) / 환자의 체류시간(대기시간) / 퇴원후 재 내원까지 걸리는 시간 처럼 다양한 측정 대상이 있다.
이런 측정대상이 정해진 뒤에는 이를 정확하고 꾸준히 입력할 환경이 돼야 한다. 이런 측정은 자동화하기 힘들다. 그래서 측정을 위한 접점별로 직원들의 입력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액팅 위주의 직원들이 앉아서 측정을 위해 기록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직원들이 데이터를 입력할 때 입력 부담이 적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를 기록했어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통계화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인 데이터를 통계로 만드는 것은 별도의 행정인력이 있거나 엑셀을 다루는 것이 익숙한 직원이 있어야 한다. 앞의 두 개념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다른 직원들의 개입도 필요한 부분이라 난이도가 있는 영역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추후 ‘스마트클리닉’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측정 대상의 선정부터 간편한 입력환경구축과 자동화된 의사결정시스템까지 소개할 생각이다.
마치며…
수많은 전문가들이 경영에 대해서 말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정답은 없다’라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성이나 성과를 가지고 주장하는 개인의 경험에 가까울 뿐이다. 때문에 소규모 병원으로 시작해서 천천히 안정을 찾고자 한다면 경영에 대해서 어떤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환자에 집중하고 의료에 정진하는 것만으로도 강소병원의 충분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병원의 성장과 개원의로서 성공을 꿈꾸는 병원장이라면 ‘경영’이라는 단어는 익숙해지고 끊임없는 질문과 실행을 반복해야하는단어다. 모쪼록 몇줄의 글이 성공하는 병원장으로서의 여정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는 ‘화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