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업무는 독특한 포지션이다. 

병원장과 직접 이야기를 하고, 직원의 자잘한 실무를 도와준다. 그렇다보니 병원장과 직원 사이의 갭을 관찰하기에는 가장 최적의 위치에 있다. 이런 포지션에서 병원장과 직원사이에 자주 관찰되는 갭은 비효율을 대하는 태도다.

업무의 방식이나 절차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온도차가 극명하다.
병원장은 신속하고 가장 짧은 경로로 업무가 이뤄지기를 원하는 반면, 직원은 이와 반대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 

물론 드러내놓고 비토(veto)를 놓는 직원은 없지만 그렇다고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직원은 사실 손에 꼽을 정도다.

병원장과 직원의 온도차를 단순히 직원의 성품이나 성실성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지는 않다.
직원의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에는 단순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병원의 위계구조상 권한의 위임은 쉽지 않고 작은 일에도 책임이 클때가 많다. 그렇다보니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태도가 체득되어가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원인을 알고 십분 이애한다고 나아지는 이슈가 아니다.

의료라는 특수성과 폐쇄성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에는 상당한 제약을 가지고 있다.
점점 빠듯해지는 병원 살림살이는 선택의 폭을 더욱 좁히고 있다.

 feat. 물론, 최근 들어 젊은 세대의 직장관도 이런 문제에 한몫하지만 이는 나도 다룰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논외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