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병원 풍경 최근 대학병원에서 나와 개원을 한 병원장이 있다. 먼저 개원해 자리를 잡은 선배 교수들과 달리 병원이 한산해서 걱정이 깊다. 개원하기 전, 대학병원에서 근무 할 때는 인지도도 있었고 환자 풀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래서 개원하게 되면 환자가 없어서 고민하리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얼마 전 개원한 친구 의사가 개원 입지에 신경을 쓰고 마케팅 업체를 알아보느라 분주한 것을 보며 ‘그럴 시간에 치료를 잘하기 위해서 한 자라도 더 보는 게 낫지’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심으로는 친구 의사도 이유가 있어서 저러는 것 아니냐는 생각과 본인이 개원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했다. 개원해보니 그런 걱정은 현실이 됐다. 개원 후 몇 달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날이 한가했다. 없던 병원이 생기자 호기심에 오는 환자들이 가끔 있었고, 주변 병원의 진료가 없는 날에 약간씩 환자가 몰렸을 뿐이다. 대학병원에서 따라서 왔던 단골 환자들도 왕래가 뜸해지기 시작했고 신규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더디기만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병원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조금씩 커졌다. 병원이 한가한 것을 걱정한 직원이 ‘우리 병원도 이런저런 홍보라도 해봐야지 않겠냐’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런 것은 실력 없는 의사나 하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환자를 늘릴 방법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먼저 개원을 하고 이제는 자리를 잡은 그 친구 의사에게 어떤 마케팅 업체를 쓰는지 물어볼까 고민 중이다. B. 시사점
개원한 병원장들의 혼란 중 한 가지가 역할에 따른 정체성이다. 의사로서 신념과 자부심은 의료전문가로서 가진 전문성에서 나온다. 개원은 이런 의료적 전문성만 있으면 개원 후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과거 병원 간의 지역 개념이 선명하고 소개와 소문으로도 환자가 유지되던 시절도 있었다. 이때는 의료적 전문성만으로도 병원이 자리 잡고 확장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병원의 수가 늘어나고 인터넷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어느 지역에는 어떤 병원이라는 지역 개념은 사라지고 노출이 많이 되고 익숙한 병원을 선호하게 되었다. 의사의 전문성은 환자가 병원에 방문해야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전문성보다 병원의 노출이 우선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개원한 병원장에게는 전문성을 높이는 것보다 병원을 알리는 것이 큰 숙제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병원장에게는 프로로써 정체성이 요구된다. 병원을 잘 알리고 매출을 높여야 하는 소위 프로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개원 후 빠르게 자리 잡은 병원은 대부분 병원의 흥행과 실적에 대한 목표가 선명하고 이에 대한 투자와 시도에 과감하다. 그리고 이런 선명한 목표를 가지고 과감하게 실천하는 병원장들은 이런 프로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C. 경영 화두
전문가와 프로. 개원을 고민하는 의사가 병원장의 역할을 생각할 때 기억해야할 두 단어다. 전문가가 한 분야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한다면, 프로는 흥행과 실적을 위한 전문성 활용에 몰두한다. 성공한 개원의는 전문가이자 동시에 프로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