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병원풍경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다 어렵게 찾아왔다는 환자가 있었다. 증상의 원인이 애매하고 손이 많은 치료라 잠깐 고민했었다. 그래도 병원을 찾아다니며 고생했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써서 치료해주기로 했다. 원인을 찾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을 썼고 치료하는데도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그래도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다. 들인 시간이나 에너지에 비해 병원 매출에 크게 도움은 안되겠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진료실 밖 사정은 좀 달랐다. 이 환자가 병원에 올 때마다 한 두가지씩 불평을 하는 통에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여간 아니었다. “무슨 검사가 이렇게 많냐”, “올 때마다 왜 대기를 해야하느냐”, “오기 힘든데 너무 자주 오라고 한다” 등등 전에 다니던 병원들과 비교하면서 직원들에게 여러가지로 불평을 했다. 마지막 치료 때는 병원이 너무 불친절해서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으름장까지 놓고 갔다고 한다. 이 환자로 힘들었을 직원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자니 달달했던 성취감의 뒷맛이 씁쓸해진다.
B. 시사점 의사와 환자는 서로 다른 기대를 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살펴 원인을 찾고 해결을 해주는 역할에 집중한다. 반면, 환자는 이런 문제 해결을 포함한 내원부터 퇴원까지 전체의 과정에서 만족을 기대한다. 환자의 문제 해결에만 집중한 의사는 환자가 가진 서비스적 기대를 놓치기 쉽고 의사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환자는 지불한 비용보다 큰 기대를 하기 쉽다. 그런데도 의사나 환자 모두 이런 기대의 차이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대의 차이는 의사와 환자 간에 갈등이 일어나기 쉽게 만든다. 의사는 과한 기대를 하는 환자에 대해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환자는 서비스적 만족에만 집중해서 의사가 제공하는 전문성의 가치를 낮게 보기 쉽다. 이런 갈등은 장기적으로는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병원은 아픈 환자와 이를 치료할 의사의 만남이라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총체적인 만족을 기대하는 “고객”과 환자가 직접 가치를 매기기 힘든 “의료전문가”의 만남의 장인 셈이다. 이런 의미가 덧대지면서 병원 운영 방식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병원은 다양한 브랜딩 활동을 통해 의사의 전문성을 부각하고 이를 통해 환자의 존중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 만족에 대한 피드백을 체크하고 지속해서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환자의 만족을 관리해야 한다. 이런 기대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선순환시키는 것이 병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C. 경영화두 환자는 문제를 호소하고 해결 뒤에는 만족을 요구한다. 의사는 해결에 대한 책임도 지고 만족에 대한 평가까지 받는다. 의료를 서비스라고 하기에는 대가가 작고, 전문성이라기엔 존중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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